MBC TV토론서 ´학력위조´ ´야당연합´ ´대통령 사저´ 등 팽팽한 신경전
나 "책에 법대 다녔다고 7건 기술"…박 "나중에 출판사에 시정 요구"
김현 기자 (2011.10.14 07: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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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와 범야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13일 저녁 여의도 MBC에서 열리는 서울시장 후보 초청 100분 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10.26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나경원, 무소속 박원순 후보간 13일 열린 세 번째 TV토론에서 두 후보는 앞선 두 번의 토론보다 더욱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 열린 이번 TV토론에선 상대방의 약점을 겨냥한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발언시간 등을 놓고 감정싸움을 벌이는 등 가시 돋힌 설전을 벌였다. “왜 내 말을 자르느냐”, “왜 질문과 다른 얘기를 하느냐” 등의 팽팽한 신경전이 1시간 가량 진행된 토론 내내 이어졌다.
특히 이번 토론에서도 여전히 박 후보의 ‘학력위조’ 논란과 관련한 두 후보의 공방이 눈길을 끌었다.
나 후보는 박 후보가 서울대
법대가 아닌 사회계열에 입학했음에도 불구하고 법대에 다녔다는 경력을 여러 권의 저서에 기재한 것을 제시하며 학력위조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나 후보는 “최근 몇 년간 학력위조 사건으로 온 사회가 분노했는데, 박 후보 (저서 약력에) 7건이나 서울대 법대 입학 또는 서울대 법대 중퇴라고 쓴 것은 학력위조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박 후보는 “나는 학벌에 대해 관심이 없다. 서울대 입학 후 4개월 만에 제적당했고, 몇 년 뒤 서울대 복학 통지서가 왔다. 그 당시 복학했다면 당연히 (사회계열에 포함된) 법대로 복학하는 것이었다”며 “출판사에는 나중에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박 후보는 이어 최근 이틀간의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을 거론, “병역기피, 재산, 위장전입, 탈세는 한나라당의 전매특허가 아니냐. 제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을 보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후안무치해도 순서가 있다. 도대체 어떻게 나를 공격하느냐”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나 후보도 지지 않았다. 나 후보는 “네거티브는 근거없는 비판이고 허위사실이지만 근거가 있다면 당당하게 검증 받아야 한다”고 맞받았다.
나 “야권 단일화는 가장 정치적” … 박 “아름다운 연합군”
두 후보는 야권의 후보단일화 문제와 관련해서 정면 충돌했다.
나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남의 힘으로 지지율을 올리고 자리 나누는 ‘부채시장’을 뽑겠느냐 아니면 자력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정책을 실천하는 ‘책임시장’을 뽑겠느냐”고 박 후보를 겨냥했다. 박 후보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양보에 힘입어 야권 단일후보가 됐으며,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에 빚을 졌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나 후보는 또 “야권에서 아름다운 연합이라고 하지만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서울시장은 소꿉장난이 아니다’고 말했고, 박 후보도 ‘정강 정책이나 경력 등의 관점에서 이질적인 연대는 유권자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가장 정치적인 모습이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나왔다”고 비판한 뒤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이 정강정책이 전혀 다르다”며 “왜 정강정책이 제각각인 야당들이 같은 후보를 지지하느냐”고 물었다.
나 후보는 이어 “시민단체 출신은 문제제기는 탁월한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약하다”면서 “이번 (박 후보) 선대위
구성에도 누구는 참여하느니 안하느니 하는 논란이 있었다. 내부 갈등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서울시장으로서 갈등 조정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나 후보는 “시민단체로 일하는 것과 시장으로서 일을 하는 것은 많이 차이가 있다”면서 “(서울시민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후보에 표를 주겠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야4당이 서로 여러가지 다른 점이 있다. 그러나 공유하는 게 굉장히 많다. 적어도 한나라당이 서울시정을, 정부를 책임져서는 안 된다는 점은 확실히 같다”며 “한나라당이 벌였던 실정, 민주주의 악화, 민생파탄, 소통부재 어마어마한 잘못에 대해서 누구나
공감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서로 다른 정치세력이 연합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박원순이라는 사람 때문에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야권이 합쳐졌고 ‘아름다운 연합군’이 됐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특히 “안철수 씨가 왜 반한나라당 외쳤겠느냐. 왜 정치를 하겠다고 서울시장 되겠다고 했겠느냐”라며 “한나라당이 벌였던 서민 파탄의 문제를 도저히 지식인의 양심으로 볼 수 없어 많은 사람들이 정치로 나오고 있다”고 안 원장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서울시장의 가장 중요한 것은 의회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80%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 의회를 나 후보가 과연 넘어설 수 있겠느냐”고 반격을
시도했다. 이에 나 후보는 “시민들은 견제와 균형의 심리가 있다. 서울시의회와 구청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더 한나라당 서울시장을 선택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노무현 사저 비판하더니...” … 나 “청와대 국민 납득 못하는 부분 해명해야”
이날 토론에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시정 문제도 거론됐다.
이번엔 박 후보가 공격의 고삐를 죄었다. 박 후보는 나 후보가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 건립을 비판한 것을 언급, “이 대통령이 54억을 들여 아들의
이름으로 사저를 짓고 있다. 아들은 싸게 사고
경호실은 비싸게 산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몰아붙였다.
박 후보의 공격적 질문에 나 후보는 “이 부분에 대해선 청와대의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은 청와대가 해명하고, 시정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박 후보는 “서울시민은 새로운 시장을 원하는데, 무상급식을
공짜라고 주장하는 나 후보에 대해 서울시민들이 오 전 시장과 차별화가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나 후보는 과거 한나라당 10년의 시정을 두고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9위라고 자랑했는데, 시민들의 삶은 왜 이렇게 어려워졌느냐. 한나라당과 오 전 시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따졌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세계 9위로 올라간 점은 계승해야 한다”면서도 “내가 지난 해 (서울시장 경선에) 나왔던 이유는
이젠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오 전 시장과의 차별성을 역설했다.
나 후보는 이어 “(박 후보의) 질문을 듣다 보면 마치 박 후보는 내가 아니라 이명박, 오세훈 전 시장과 토론회를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나는 약자를 기준으로 한 생활
특별시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왜 나한테 심판론을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되받았다.
애창곡 요청에 나 “서울의 찬가” … 박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
한편, 양보없는 설전을 펼치며 토론 열기가 격해지자, 사회자가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즉석에서 두 후보에게
노래 한 소절을 청했다. 이에 박 후보는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나 후보는 ‘서울의 찬가’를 불러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여야의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 대표가 각각 나 후보와 박 후보의 선거지원에 나선 것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도 이어졌다.
나 후보는 ‘박 전 대표와 선거운동을 한 기분이 어떻느냐’는 질문에 “한나라당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서 당이 신뢰받는 첫걸음이 시작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는 손 대표의 지원에 “나는 야권단일후보다.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가 다 함께 해서 더 든든하다”고 답했다.[데일리안 = 김현 기자]
출처
http://www.dailian.co.kr/news/news_view.htm?id=263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