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식 정치 ‘여의도’를 뒤흔들다
2011-11-15 오후 2:00:29 게재

출마 양보→편지 응원→재산 기부 … 기성정치 뒤집는 행보로 신선한 충격

안철수식 정치가 또 한차례 여의도정치판을 뒤흔들었다. 이번엔 재산 기부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여의도 정치권의 상식을 뒤집는 행보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신선한 충격을 안기고 있다.





















취재진 질문받는 안철수 원장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으로 안철수 원장이 출근하자 취재진들이 이번 기부와 정치 행보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안 원장은 이번 1500억원 상당의 기부는 당연한 일일 뿐이라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노블레스 오블리주 필요한 때" = 안 원장은 14일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에게 보낸 전자편지를 통해 자신의 안철수연구소 지분 절반(1500억원 상당)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원장은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은 입장에서, 앞장서서 공동체를 위해 공헌하는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안 원장은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제가 강의나 책을 통해 사회에 대한 책임, 사회 공헌에 대해 말씀을 많이 드렸는데,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안 원장이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컴퓨터백신 개발자로 변신한 뒤 온갖 어려움 속에서 일군 안철수연구소 지분 절반을 기부하는 파격을 통해 나눔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기성정치인은 말로는 나눔을 외치지만 실천에는 인색하다. 한나라당 의원은 1인당 평균재산이 36억원(정몽준·김호연 제외)에 달하지만 재산의 절반을 기부한 사례를 전무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몽준 전 대표도 기부를 했지만, 대선을 앞두거나 대권도전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이뤄져 감동이 덜했다.

안 원장은 지난 9월엔 서울시장 출마를 박원순 현 시장에게 양보했다. 당시 안 원장의 지지율은 50%대를 넘나들면서 '출마=당선'으로 보였지만, "우리 사회를 위해 오랫동안 헌신하면서 시민운동의 새로운 꽃을 피운 박 변호사야말로 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하실 것"이라는 한마디로 양보를 결심했다. 자신만이 적임자이자,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여의도식 관성에 부끄러움을 안겨준 장면이었다.

안 원장은 10·26 보궐선거를 앞두고는 "원칙이 편법과 특권을 이길 수 있게 투표에 참여해달라"는 편지를 통해 박원순 당선에 힘을 보탰다. 후보자보단 자신을 알리는 데 급급한 '여의도식 선거지원'이 아닌 진정성 담긴 편지를 통해 힘을 보탠 것이다.

◆지지율 버팀목 역할 전망 = 안 원장은 아직 정치참여를 공식화한 입장은 아니지만, 기성정치인과 차별되는 행보를 통해 안철수식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기성정치인이 자신의 자리와 재산을 지키는 데 급급한 반면 안 원장은 "공동체를 위해 공헌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한 때"라고 외치며 나눔을 실천해 그들과 '다름'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기대감은 안 원장에 대한 지지도를 굳히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기성정치권에선 안 원장이 정치참여를 선언하는 순간 박근혜 전 대표와 맞먹는 지지율이 급속히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안 원장이 본의 아니게, 안철수식 정치행보를 통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지지율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한국리서치를 통해 지난달 실시한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은 42.5%를 얻어 박 전 대표(41.2%)와 오차범위내 접전을 펼쳤다. 유권자들은 대선주자들의 공정사회 실현능력에 대한 점수를 묻는 질문에서 안 원장에게 6.58점(10점 만점)을 줘 다른 후보를 압도했다. 도덕성 부문에서도 6.97점으로 1위였다. 비전제시에서도 경쟁자들을 앞섰다. 유권자들은 안 원장이 공정사회를 실현할 도덕적인 후보이며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할 선구자라고 인식하는 셈이다. 안 원장의 여의도정치를 뒤집는 행보는 유권자들의 이러한 기대를 정확히 충족시킨 것으로, 지지율이 쉽사리 빠지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실천하는 삶을 강조하는 안 원장으로선 안 원장 지지를 통해 변화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기대를 외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제3세력으로 정치에 입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여의도 정치권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친박 핵심의원은 "정치를 하기 전에는 기부를 하지 않다가 이런 때에 와서 기부하는 타이밍이 참 묘하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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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hite Joker